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런던에서 사는 이야기/일상

일본에 사는 불법 체류자 비밀 수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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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마나 전의 일인가 까마득하다. 사실 일본에 이주하자 마자의 일이다. 취미로 가입한 일한 문화 교류모임? 사실 지금 그 모임의 이름도 생각이 안 난다.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모임이었나 보다. 그 모임에 처음 나갔는데, 웬 성실해 보이는 일본 청년이 나에게 열심히 한국말을 걸어온다. 사실 내 일어 실력이 그 일본 청년보다 몇 배는 나았었다.

 


그래도 어찌나 열심히 나에게 한국말로 말을 하던지, 친절한 나는 열심히 들어주었고 그는 열심히 한국 말을 연습하였다. 나도 그렇고 그 일본청년도 그렇고 성실한 사람들이라 금방 신원에 대해서 파악이 분명해졌다. 그는 일본 경찰이었다. 더 웃긴 건 불법체류자인 한국 사람들을 붙잡으려고 온 비밀 수사 경찰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었다. 내가 웃겨서😹 사실 이 얘기는 처음으로 블로그뿐만 아니라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다. 이 일본 경찰은 집요하게 나에게 연락했고, 나는 집요함에도 불구하고 잘 받아 주었다. 감출 게 없어서 피하면 내가 껄끄러울 게 있을 거라 착각하는 게 싫어서였다.

나에게 가끔 한국말 연습한다고 심지어 전화로 불법체류자들 심문하는 통역 하는 내용을 나에게 들려주었다. 자기의 한국 말이 맞는지 물어보았다. 틀린 점은 고쳐 주고 맞은 것은 맞다고 알려 주었다.

 


자기를 경찰이라고 밝힌 이 일본 청년 정말 특이한 인상이었다. 원숭이과였다. 왜 있지 않은가 지나치게 귀가 정면으로 나오고 큰사람, 그리고 머리를 거의 박박 민 수준이었기 때문에 앞이마의 머리가 원숭이 꼴인 것이 드러났다. 키는 170에서 175 사이였던 것 같다. 경찰답게 단단하게 야무진 골격이었다. 나의 이상형도 아무것도 아니었지만, 한 가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입냄새가 심했다는 것, 차 안에 항상 가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. 그렇게 한 일 년 썸을 탔던가, 사실 귀여워서 만나 주었다. 한국 불법체류자를 잡기 위해 열심히 라는데, 나처럼 성실히 사는 사람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도와 달라는 것은 다 도와주었다.

한번 나를 정말 웃게 했던 것은 정말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 자기는 총 버리고 도망갈 거라고 얘기했었다. 사실 이런 솔직한 면이 좋기도 싫기도 하였다. 솔직히 먼저 연락한 적은 없었다. 더 이상 한국 불법체류 책임에서 멀어졌는지, 연락이 소원해진 그는 얼마나 지났는지도 생각이 안 난다. 처음부터 문화교류라는 생각으로 만난 거라 내 쪽에서 적극적인 연락을 한 적이 없어서 어느 날 페북에서 결혼한 사실을 알았다.

 


재밌다. 얼마나 많은 불법체류 한국인을 만났을까. 아니, 얼마나 많은 불법체류 한국 사람을 잡았을까 궁금했다. 사실 물어본 적도 있다. 그 숫자도 이젠 기억이 안 난다.

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느끼는 거지만, 이젠 어느 나라에서도 한국은 꽤 살만한 나라로 되어 있다. 불법체류자로 인해 선량한 한국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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